:: Review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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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터 피규어 케이스들
반년 전쯤 일이지만 늘 그렇듯이 하야미 카나데 굿즈나 동인지들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타오바오에서 알터제 미스틱 던 하야미 카나데 피규어 조명 케이스를 발견했다. 굿즈를 험하게 다루는 성격이라 피규어들 먼지쌓여 가는 채 방치해 둔 것도 미안해서 시험삼아 별 기대없이 주문했었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몇달쯤 전 후미카랑 란코도 주문해 보았다. 놓고 보니 꽤 괜찮아서 사진 몇 장. 중국산이라 걱정했지만 포장을 상당히 깔끔하게 보내준다. 완충재도 확실하게 되어있고 지문방지용 라텍스 장갑+지문닦이 천까지 넣어준다. 아크릴도 코팅지가 너무 깔끔하게 붙어있어서 요령 없으면 이거 벗기는 시간이 조립시간의 절반을 넘을 정도. 나중에야 요령을 깨달았지만 같이 들어오는 긁개(?)로 가장자리를 살살 긁어서 최대한 천천히 벗기면 쉽..
2022.01.08 -
R18 동인지의 모자이크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품어 왔던 의문 중 하나가 동인지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떳떳한 일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품이 안 드는 일도 아니고 책값도 결코 싼 게 아닌데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개인적인 수집품들을 담아 놓은 상자들을 뒤적거리며 하곤 했었다. 나중에 가서야 이 취미가 의외로 돈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들끼리의 사회에서나마 명예롭게?(가소로운 소리지만)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배포되는 기준, 즉 어떤 동인지는 배포되고 어떤 동인지는 배포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아무 근거도 없고 그냥 짐작이지만 작가(서클)의 지명도가 제일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책을 네 자..
2018.08.05 -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가: 울려라 유포니엄
2015년 7월 4일 작성했던 글. 다음달 신神의 귀환을 앞두고 전혀 다른 장르(애니)긴 하지만 버금가는 작품 하나를 되돌아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신성모독을 느끼기에 여기까지만.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가 : 울려라! 유포니엄 1. 서 : 순수문학과 장르문학 2. 세계와 주인공 1학년들 3학년들 아오이 코사카 레이나 취주악부 3. 현실성의 의의 타마코마켓 케이온 4. 걸작은 걸작으로 태어나는가 1. 서 : 순수문학과 장르문학 1화에서 이 대사를 보고 처음 생각했던 점은 '꽤 노골적으로 가는구나'였습니다. 엔딩에서 대놓고 청춘이나 고양감이라는 단어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애니 좀 봤다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전개를 물흐르듯 예상할 수 있을만한 대사라고 할까요. 새로 들어온 루키 1학년들이 3류 취주악부를 ..
2017.08.27 -
얇은 책 두껍게 읽기 : abgrund, ABGRUND- Jenseits von Gut und Böse
2016년 5월 31일 작성했던 글. 얇은 책 두껍게 읽기 : abgrund, ABGRUND - Jenseits von Gut und Böse I. 서문 II. ABGRUND III. 선악의 저편 1. 도덕의 두 가지 유형 2. 선악의 저편으로 IV. 노예와 주인 V. 심연 속에서 I. 서문 ABGRUND - Jenseits von Gut und Böse (이하 ABGRUND) 는 2012년 8월 코미케 82에서 발간된 서클 abgrund의 동인지입니다. 네, 서클명과 책 이름이 같습니다. 'Abgrund'는 독일어로 '심연'이라는 뜻이고 'Jenseits von Gut und Böse '는 '선악의 저편'으로 번역됩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선악의 저편'은 유명한 독일 철학자 니체의..
2017.04.17 -
4년 가까이 찾아다니던 책
2017년 3월 3일 작성했던 글. 몇 줄 추가.번역은 이쪽. 2013년 8월작의, 작가분이 진작에 웹에 공개하기도 했던 책이지만오늘에서야 드디어 손에 넣었네요. 샀다, 구했다가 아니라 손에 넣었다는 표현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감각은 처음이에요. 새삼 십수번은 넘게 본 내용이지만 읽다가 몇번 지렸습니다.마우스로 그냥 스크롤을 내리면서 볼 때는 받지 못했던 전율감이손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해졌습니다. 웹판에서는 그냥 회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표지의 독백도미세한 양각으로 새겨져 있어서, 포장지에 싸여 있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 손에 들고 나서야 촉감으로 깨닫게 됩니다.삶에 매너리즘이 오고 있었는데 살짝 울 만큼 감동해 버렸습니다. 제 마음 속의 마유는 병든 친구도 있고 사랑스런 친구도 있고 심약한 친구도 ..
2017.03.29 -
얇은 책 두껍게 읽기 : abgrund, 애체靉靆
2015년 5월 28일 작성했던 글.=================== 얇은 책 두껍게 읽기 : abgrund, 애체靉靆 '애체靉靆하다'와 '처연하다' 애체(靉靆)는 코미스파6(2015년 3월)에서 발간된 서클 abgrund의 동인지입니다. 동인지라고 야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흔히 알려진 동인지의 의미대로의 성인물이에요. 총 36페이지의 얇은 분량중 16페이지가 에로 묘사로 되어 있습니다. 한달 후에 나온 속편은 총 28페이지 중 16페이지가 에로 분량이구요. 국어사전에 따르면 '애체靉靆(구름낄 애, 구름낄 체)하다'는 '안개나 구름 따위가 짙게 끼어서 자욱하다'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사전에서도 뜻은 별다르지 않은 모양이구요. abgrund의 동인지 '애체'는 구름이나 안개가 자욱한 모양..
2017.03.21 -
시간은 연속적인가 단절적인가: 만화와 動畵(애니메이션)의 차이
2014년 8월 1일 작성했던 글. 서론: 베르그송과 바슐라르 베르그송(1859~1941)과 바슐라르(1884~1962)는 둘 다 손댄 분야가 좁지 않은 철학자입니다만, 둘을 붙여서 이야기하면 역시 '순수지속'과 '인식론적 단절'로 대표되는, 연속과 비연속의 시간 논쟁이 이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베르그송 재미없는 이야기이니까 후딱 하고 지나가자면, 플라톤-데카르트-칸트로 이어지는 합리주의적 인식론의 철학사조에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 베르그송입니다. 베르그송이 보기에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사물들을 불연속적으로 단절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체적인 틀에 맞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시광선에 존재하는 무수한 색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명명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실제 무지개는 색 사이에 구분이 없듯이,..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