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5. 01:09ㆍ:: Review /동인지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품어 왔던 의문 중 하나가 동인지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떳떳한 일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품이 안 드는 일도 아니고 책값도 결코 싼 게 아닌데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개인적인 수집품들을 담아 놓은 상자들을 뒤적거리며 하곤 했었다.
나중에 가서야 이 취미가 의외로 돈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들끼리의 사회에서나마 명예롭게?(가소로운 소리지만)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배포되는 기준, 즉 어떤 동인지는 배포되고 어떤 동인지는 배포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아무 근거도 없고 그냥 짐작이지만 작가(서클)의 지명도가 제일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책을 네 자릿수 단위로 뽑는 대형 서클의 책의 경우는 거의 경쟁하듯이 원작/번역본이 올라오는 것이 매 행사마다 있는 현상이니까.
책의 희귀도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대체로 통판을 하는 책은 금방 올라오는 편이지만, 유명 서클의 책이라도 회장 한정이거나 발행부수가 적은 책은 올라오는 속도가 늦거나 아예 끝내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적잖이 있는 모양이다. 나도 그런 책들을 몇 권 갖고 있는데, 대개 중고 시장에서 원래 가격의 2~30배를 주고 산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좀 알 것 같다. 아깝거든. 혼자 보고 싶거든.
허나 작가도 그럭저럭 유명한 서클이고, 발행부수도 많아 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책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공개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야 이건손에 들 가치가 있다 싶은 책은 이미 떴건 안 뜨건 현물로 구하고 있으니까 내 알 바 아니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은, 꼭 여러 사람이 읽어 봤으면 좋겠고, 또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책이었기에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통 소식이 없더란다.
서클 지킬&하이드야 아이마스 일러스트 책을 몇권 집어들어 봤던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을 정도로 다작을 하고 있고, 옛날 일이지만 다른 장르에서 한두 권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낸 적도 있고 그럭저럭 유명한 서클이라고 생각하는데.
1편이야 매물이 없지만 2, 3편은 통판도 실컷 했었고 중고가격도 고작(?) 원가의 4~5배밖에 되지 않는 그렇게 희귀한 책도 아닌데.
그럭저럭 그림도 준수한 데레마스의 R18책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화제가 되지 않더란다.
뭐 사실 그럭저럭 준수하고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데 안 뜨는 R18책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책이 뜨지 않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그 독특한 모자이크 방식에 있다. 지금도 가끔 모자이크 규제가 들어가기 전의 상업지와 최근 발행된 잡지를 비교해보면 최근 것들은 참 아쉽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 책의 모자이크는 정말로 특이했다.
이런 책에 써먹기는 아까운 말이지만, 예술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무언가를 보여주느냐보다 무언가를 감추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라.
2편: Clock hands dance again, wearing pure white dresses.
3편: In the dance hall are two princesses.
암호는 하야미 카나데의 제 7회 신데렐라 걸즈 총선 순위.
뭐 이렇게 긴 뻘소리를 늘어놓고 사실은 내 눈에 뜨이지 않았을 뿐 이미 뜬 책이라면 김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