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son Sprout
2018. 6. 11. 00:15ㆍ:: Library/번역
가희정원 14에서 나온 서클 바코.의 시키아스 책 첫권째.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시키아스에 대해 별로 조예가 없었지만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책이었다. 그래서 묵혀두고 있다가 아무래도 이 이상 가는 시키아스 책은 안 나올 것 같아서 공개. 나에게는 독의 싹인 동시에 시키아스의 싹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은 아스카처럼, 나도 이 책이 싹이 아니라 나무였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고 해 두자.
특별함을 동경하는 사람과 정말로 특별한 사람의 조합은 고전적이지만, 시키아스에게는 그것을 뛰어넘는 엑조틱한 무언가가 있다. 아스카는 특별함을 동경하고 흉내낼 뿐인 어린아이에 불과하기에, 자기가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있을망정 거기에 대해 '절망'을 품고 있지는 못하다. 반면 정말로 특별한 사람인 시키는 거기에 대해 진저리를 내고 도망치고 있으면서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인간상이라, 다른 사람한테는 변덕이나 기행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 절망에서 나를 구해줘, 라는 신호가 참으로 애처롭고도 아름답다.
그래서 그것이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절망의 메아리에 정말로 정말로 관심이 간다. 그건 시키미나 쪽이 더 강하지만 시키아스 쪽도 상당히. 그러니 아스란 팬이 시키 찌르는 책좀 누가 내주세요 정말.
왜 시키프레도 아니고 아스란도 아니고 시키아스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인간은 고통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