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y.s.c.a.l.e
2022. 11. 5. 21:15ㆍ:: Library/번역
*유혈 묘사 있음*
C100에서 나온 서클 절대하야테이의 키리코 책. 번역은 코마츠나 님.
어렸을 적에 백번쯤 읽었던 소설 중 하나로 에릭 시걸의 Doctors라고 있다. 초반부에 개 해부 실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의대 신입생들인지라 차마 손을 못대거나 화내거나 실험을 거부하거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 주인공 둘은 첫날 실습이 끝나고 개복상태로 마취해 둔 개들의 상태가 걱정돼서 밤에 실습실에 숨어들었다가, 다른 누군가가 개들을 능숙하게 '편하게' 해 주는 모습을 목격한다. 다음날 실습은 학생들의 처치가 서툴렀던 것이 유감이라면서 준비된 새 개들로 전날과 달리 조용히 치러진다.
키리코의 그라드 커뮤는 단순히 아이돌을 계속할지 의사가 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키리코의 세계관 -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살아있는 한 누군가에게 양보받지 않으면 안 되는 - 에 파문을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야 이 시지포스적인 세계관에 냉소밖에 던질 게 없는 사람이지만, 키리코는 달랐으면 좋겠다. 소중한 보살핌을 받은 다음날 아침의 얼굴이, 소중한 마을 받았던 날의 얼굴과 비슷하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키리코는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