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6. 17:14ㆍ:: Library/번역
가희 29에서 나온 서클 타나우에 주최의 히나마도 합동지. 우즈라야쿠자 님의 TS 부분은 별로 안 맞아서 패스.
최근 가장 빠져있는 커플링을 꼽으라면(카나후미는 제외하고) 단연 히나마도일 것이다. 별로 고정CP 주의자는 아니지만, 한번 자기 세계관에서 CP를 정해놓으면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는 편인데, 히나마도는 이례적일 정도로 치고 들어와 버렸다.
녹칠의 메인 스토리라인은, 이 한때 투명했던 소녀들이 더이상 투명하지 않게 되어가는 이야기인 모양인데, 한 발 물러서서 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입장으로서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이며서도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감상이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을 터인 이 두 사람, 투명하지 않게 되는 것 -아이돌- 을 전력으로 거부하던 마도카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고고한 히나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 두 사람, 불과 얼음 같은 사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불과 불 또는 얼음과 얼음이겠지. 그런 만큼 서로 싫어하는 동시에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도카 선배는 싫어. 그러니까 좋아해. 모순된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동거시켜 버리는 건 히나나니까 가능한 거겠지만, 그런 히나나를 마도카가 이해해 가는 과정이 무섭도록 끌린단 말이지.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 따위는 관심없는 두 사람인만큼, 그 마찰에서 튀는 불꽃 또는 서리가 정말로 내 취향이다.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히나마도 회로를 열심히 굴리던 중, 이 책이 그런 생각을 굳혀 버렸다. 합동지인 만큼 내 해석이랑 일치하는 내용도 정반대인 내용도 있었지만, 아무튼 표제작인 passage of ti!me만으로도 벼락에 맞은 듯한 기분이라 내키는 대로 해 버렸다. 이런 거 두고 죽기 아깝구만.
히나마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호호 님의 소설 「나 버린 마도카에게 히나나가 상냥하게 해 주는 이야기」를 추천. 매니악한 소재 같지만 오히려 여성향 백합 쪽에 가깝고 (마지막엔 평범한? 백합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보다 녹칠 4명간의 관계성을 잘 풀어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없다. 암호는 hinamado.
어째서 토오마도도 마도코이도 아니고 히나마도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나로서는 이 글을 내미는 것 이외는 답할 말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