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1. 01:36ㆍ:: talk
「영혼이 없는 동물들처럼……」 히파티아가 말했다.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단지 창조의 실수를 확산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지요. 씨내리들에게 보내지는 히파티아들이 그런 굴욕을 견디는 것은 창조의 실수로부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계속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들 중 어떤 사람이 곧 수태를 하게 되면 수태를 하게 한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만약 희생 정신으로 치러지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아파테이아를 불순하게 만들었을 그런 행동을 말이에요……」
「아파테이아가 뭐요?」
「모든 히파티아들이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상태이지요」
「왜 창조의 실수라고 말하는 거요?」
「이봐요, 바우돌리노.」 그녀가 정말 놀라서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이 완벽해 보이지 않아요? 이 꽃을 보세요. 이 가냘픈 줄기를 봐요. 그 한가운데서 뽐내고 있는 구멍이 송송 난 이 눈 좀 봐요. 꽃잎들이 얼마나 똑같이 생겼는지, 그리고 마치 대야처럼 아침에 이슬을 모아 두기 위해 조금 구부러진 이 모습 한번 보세요.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이 곤충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는지 보세요…… 아름답지 않아요?」
「정말 아름답소. 그러니까 바로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게 아니오? 이건 하느님의 기적 같은 게 아니오?」
「바우돌리노, 내일 아침이면 이 꽃은 시들어 버려요. 이틀 후면 썩어 버리지요. 저와 함께 가보세요.」 그녀는 그를 숲속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그에게 노란 불꽃 같은 줄무늬가 들어간 빨간 버섯을 보여 주었다.
「아름답지요?」 그녀가 말했다.
「아름답소.」
「독이 있어요. 이 버섯을 먹은 사람은 죽어요. 죽음이 잠복해 있는 창조물이 당신에게는 완벽해 보이나요? 내가 신의 구원에 전념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어느 날엔가 죽게 되고 나 역시 썩어 없어지게 될 텐데 그 사실을 아세요?」
「신의 구원이라니? 알아듣게 이야기를 좀 해주구려……」
「바우돌리노, 당신도 역시 픈다페침에 사는 괴물들처럼 기독교도인가요? 히파티아를 살해한 기독교도들은 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하는 그 잔인한 신을 믿고 있어요. 그 신은 이 세계뿐만 아니라 죽음, 고통, 그리고 그보다 더 나쁜 신체적인 고통과 영혼의 병을 창조했다고 해요. 창조된 인간들은 증오할 수 있고 살인할 수 있고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요. 올바른 신이라면 자기 자식들을 이런 불행에 빠뜨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인간들이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벌주고 착한 사람들을 구해 준다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신은 우리를 창조한 건가요? 나중에 천벌을 받을 위험해 노출시키기 위해서인가요?」
「최고의 선은 선행이나 악행을 하는 자유에 있기 때문이오. 그리고 이런 선을 자식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하느님은 그들 중의 몇 명이 그것을 나쁘게 이용하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소.」
「왜 자유가 선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신에게서 자유를 빼앗는다면, 당신을 쇠사슬로 묶어 놓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당신은 괴로울 것이고 그러면 자유가 없다는 게 악이 되기 때문이오.」
「당신은 고개를 돌려 당신의 바로 뒤쪽을 바라볼 수 있어요. 하지만 완전히 고개를 돌려 정말 당신 등을 볼 수 있나요? 당신은 저 호수에 들어가서 저녁까지 그 호수 밑에 있을 수 있어요? 호수 밑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고개를 밖으로 한 번도 내밀지 않고 그럴 수 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할 수 없소. 완전히 고개를 돌리면 내 목이 부러지기 때문이오.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물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거요. 하느님께서는 내 몸이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내게 이런 제약을 주어 창조하셨소.」
「그러면 선을 위해 당신에게서 몇 가지 자유를 빼앗아 갔단 말이에요, 맞아요?」
「내가 고통을 받지 않도록 빼앗아 가신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지요? 나중에 당신이 영원한 형벌로 고통을 받을 위험에 처하도록 하려고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자유를 잘 사용하리라고 생각하고서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소. 그런데 천사들의 반역이 있었소. 그로 인해 악이 이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오. 이브를 유혹한 뱀이 있었소. 우리는 그 때문에 모두 원죄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하느님 탓이 아니라오.」
「그런데 반역을 한 천사들과 뱀은 누가 창조했나요?」
「물론 하느님이시오. 하지만 그들은 반역을 하기 전에는 하느님이 만들어 놓으신 대로 착한 존재들이었소.」
「그러면 그들이 악을 창조한 게 아니었잖아요?」
「아니오. 그들은 악을 범했소. 하지만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오. 하느님에게 반역을 할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였소.」
「그러면 악은 하느님이 창조한 것인가요?」
「히파티아, 당신은 예리하고 감각이 뛰어나고 총명하구려. 당신은 파리에서 공부한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논쟁을 끌어 나갈 줄 아오. 훌륭하신 하느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아요. 하느님께서 악을 좋아하실 리 없소!」
「물론 그러실 수 없어요. 악을 원하는 신은 신과 반대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신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옆에서 악을 발견하 것이지요. 그것은 신의 어두운 부분과도 같은 것이에요.」
「그러나 하느님은 너무나 완벽하신 존재라오!」
「물론이에요, 바우돌리노. 하느님은 존재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완벽하세요. 그런데 완벽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당신이 아셨으면 좋겠네요! 이제, 바우돌리노, 내가 당신에게 신이 누구인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말해 줄게요.」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하느님은 유일하신 분이세요. 존재하는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분이세요. 당신은 당신의 인간적인 지능을 이용해서 하느님을 묘사할 수 없어요. 당신이 악하게 행동하면 분노하고, 선의로 당신을 보살피는 어떤 사람, 입과 귀, 얼굴 날개가 있는 어떤 사람, 영이고 아버지이거나 아들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어떤 사람을 묘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유일자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당신은 말할 수 없어요. 그는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아무것도 아니지요. 당신은 차이를 통해서만 그분을 부를 수 있어요. 선, 아름다움, 지혜, 사랑스러움, 힘, 정의 같은 이름으로 불러 보는 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곰, 표범, 뱀, 용이나 독수리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당신이 그 무엇이라고 하느님을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하느님은 몸체가 없어요. 모습도 형체도 없어요. 양도 질도 무거움이나 가벼움도 없어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무질서와 혼란을 몰라요. 하느님은 영혼, 지성, 상상력, 의견, 생각, 언어, 숫자, 질서, 위대함이 아니에요. 평등한 것도 아니고 불평등한 것도 아니에요. 시간도 아니고 영원도 아니에요. 목적이 없는 의지일 뿐이지요. 이해를 해보도록 하세요, 바우돌리노. 하느님은 불꽃 없는 등불이고 불꽃 없는 불이고 온기 없는 불꽃이에요. 캄캄한 빛이고 소리 없는 굉음이고 빛이 없는 번개이고 너무나 밝은 안개이고 어둠의 광선이고 확장되어 나가면서 결국은 자기 중심으로 수축되는 원이고 고독한 다수이고, 또, 또……」 그녀는 스승인 자신과 학생인 바우돌리노 두 사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본보기를 찾기 위해 잠시 머뭇거렸다.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에요. 그 속에서 당신과 나는 똑같은 존재가 되는 거예요. 마치 오늘 흐르지 않은 이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녀의 뺨이 약간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부적절한 예를 든 데에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부적절한 목록이 정해져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부적절한 예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그게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바우돌리노는 그녀의 뺨에 감돈 불꽃이 자기 가슴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당황하고 있는 그녀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는 몸이 굳어 버려서 얼굴 근육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래서 그가 신학적으로 의연하게 물었다. 「그러면 창조는 무엇이오? 악은?」
히파티아의 얼굴이 다시 엷은 장밋빛을 되찾았다. 「유일자는 자신의 완벽성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관대함 때문에, 자신의 완벽성을 더욱더 넓은 지역으로 보급하고 확산시키려는 경향이 있어요. 널리 빛을 퍼뜨리는 촛불과 같은 것이지요. 촛불이 빛나면 빛날수록 초는 사라져 버리는 거지요. 자, 보세요. 하느님은 자기 자신의 그림자로 녹아서 수많은 신의 전령, 즉 대부분은 신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지만 훨씬 더 약한 형태의 아이온들이 되는 거지요. 이들은 수많은 신, 다이몬, 아르콘, 티라노스, 능품천사, 불꽃, 성기체들이고, 또 기독교도들이 천사니 대천사니…… 하고 부르는 존재들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유일자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에요. 유일자의 발산물이지요.」
「발산물?」
「저 새가 보이시죠? 조만간 새는 알을 낳아 다른 새를 만들 거에요. 히파티아가 배 아파 가며 아들을 낳는 것과 똑같지요. 그렇지만 생물은 일단 한 번 이 세상에 태어나면 히파티아든 새끼 새든 마찬가지로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요. 어미가 죽어도 살아남지요. 이제 반대로 불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요. 불은 열을 낳지 않아요. 그것을 방사하지요. 열은 불과 똑같아요. 당신이 불을 끄면 열기도 사라져 버려요. 불의 열기는 불을 피운 곳에서는 아주 강하지요. 불꽃이 연기가 되어 감에 따라 차츰차츰 열기는 더 약해지는 거예요. 하느님도 이와 마찬가지지요. 어두운 자신의 중심에서 먼 곳으로 차츰차츰 발산되어 나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힘을 잃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점점 더 힘을 잃다가 점착성이 있고 무딘 물질이 되는 거예요. 초가 녹으면 생기는 밀랍처럼 말이에요. 유일자는 그 정도로 멀리까지 발산하려고는 하지 않겠지만, 자신이 다양성과 무질서로까지 용해되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
「당신의 하느님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주위에 만들어져 있는 악을 일소시킬 수 없다는 거요?」
「오, 아니요, 그분은 할 수 있어요. 유일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숨결을 다시 빨아들이려고 끊임없이 애를 쓰니까요. 그리고 칠십 곱하기 칠천 년 동안 계속해서,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온 쓸모없는 것들은 무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만들 수 있었지요. 하느님의 삶은 규칙적인 숨결이에요. 그분은 힘을 들이지 않고 숨을 쉬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느껴 보세요.」 그녀는 아름다운 그 코로 공기를 빨아들이더니 잠시 후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분의 힘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존재들 중의 하나를 통제할 수 없는 날이 올 거예요. 우리가 데미우르고스라고 부르는 존재지요. 어쩌면 사바오트나 얄다바오트일 수도 있고 기독교도들이 믿는 가짜 신일 수도 있지요. 이 가짜 신은 실수로, 자만심 때문에, 어리석음 때문에 시간을 창조했어요. 처음에는 그 시간 속에 영원만이 존재했지요. 시간과 함께 불과 물과 흙과 공기가 창조되었어요. 불은 온기를 주지만 또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물은 갈증을 풀어 주지만 또 물에 빠질 수도 있지요. 흙은 식물들을 자라게 하지만 사태가 나서 식물들을 질식시켜 버릴 수 있어요. 공기는 우리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지만 돌풍으로 변할 수 있지요. 데미우르고스는 모든 것을 다 잘못 만들었어요, 불쌍한 데미우르고스 같으니라고. 그는 태양과 달과 다른 천체들을 만들었어요. 태양은 빛을 주지만 들판을 메마르게 할 수 있어요. 달은 불과 며칠 동안밖에 밤을 지배할 수 없어요. 그 후에는 차츰차츰 작아져서 사라져 버리지요. 그 밖의 다른 천체들은 밝게 빛나지만 불길한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성을 부여받았지만 중요한 수수께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같은 인간들, 인간에게 충실하다가 우리를 위협하기도 하는 동물들,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지만 그 생명이 아주 짧은 식물들, 생명과 영혼과 지능이 없고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게 선고받은 광물들을 만들었어요. 데미우르고스는 아름다운 유니콘을 흉내 내서 만들려고 찰흙을 주물럭거리다가 쥐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는 어린 아이 같아요.」
「그러니까 이 세계는 하느님의 병든 모습이라는 거요?」
「당신이 완벽하다면 당신은 발산을 할 필요가 없어요. 당신이 발산을 한다면 당신은 병이 들게 돼요. 충만함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은 모든 대립들이 뒤섞이는 장소이기도 하고 비非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해 보도록 하세요. 안 그래요?」
「대립들?」
「그래요, 우리는 더위와 추위, 빛과 어둠을 느끼고 서로 대립되는 것들을 모두 느낄 수 있어요. 어떤 때는 더위에 비해 추위가 싫기도 하지만 때로 너무 더울 때는 시원한 것을 바라기도 하지요. 대립들 앞에서 변덕과 기호에 따라 그들 중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우리예요. 하느님 속에서는 대립들이 서로 화해하고 조화를 찾으려고 하지요. 하지만 하느님이 발산을 시작하면 더 이상 대립들 사이의 조화를 통제할 수 없게 되지요. 대립들은 서로 갈라져서 싸우게 되는 것이지요. 데미우르고스는 이 대립들을 통제할 힘을 잃어버린 거예요. 그는 침묵과 소음, 긍정가 부정,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선이 싸우는 세상을 만들어 낸 거예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악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히파티아는 흥분을 해서 어린 소녀처럼 두 손을 움직였다. 쥐에 대해서 말할 때는 두 손으로 쥐 모양을 만들었고, 폭풍우를 언급할 때는 공중에 소용돌이를 그렸다.
「당신은 창조의 실수, 악에 대해서 말하고 있소, 히파티아.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당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이 말하고 있소. 당신은 이 숲의 모든 게 마치 당신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숲에서 살고 있어요.」
「비록 악이 하느님에게서 우리에게 온다 해도 악 속에도 선한 무엇인가가 들어 있는 거예요. 내 말을 좀 들어 보세요.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인간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올바르게 생각하는 데 길들여 있지 않아요.」
「알고 있소. 나 역시 나쁜 생각을 하지요.」
「아니에요. 당신은 생각만 할 뿐이지요. 그런데 생각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이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에요. 자, 샘물을 하나 상상해 보도록 하세요. 이 샘물은 다른 원천을 갖지 않으며 수천 개의 강물로 확장되어 갑니다. 결코 마르는 법 없이 말이에요. 샘물은 항상 고요하고 신선하고 맑아요. 반면 강물들은 여러 지점으로 흘러가게 되지요. 모래 때문에 흐려지기도 하고, 바위들 때문에 강물이 막히기도 하고, 목이 졸려 기침을 하기도 하고, 종종 메말라 버리기도 하지요. 강물들은 고난을 많이 겪게 돼요, 아세요? 하지만 강물의 물도 진흙탕인 급류의 물도 물은 물이에요. 이 호수가 시작된 것과 똑같은 샘물에 시작되었지요. 이 호수는 강물보다 훨씬 고통을 덜 받아요. 투명한 호수 물속에서 이 물이 태어난 샘물을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벌레들로 가득한 늪은 호수보다 급류보다 더 많은 고통을 많이 당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모든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받게 되지요. 모두 자신이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에요.」
히파티아가 바우돌리노의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그의 몸을 숲 쪽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그의 머리에 닿을 뻔했다. 그는 그 머리카락에서 식물의 향기를 맡았다. 「저 나무를 좀 보세요. 저 나무의 뿌리에서 마지막 이파리까지, 그 속에 흐르고 있는 것은 똑같은 생명력이에요. 하지만 뿌리는 땅속에서 힘이 강화되었고, 몸통은 튼튼해져 사계절을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마르고 부러지는 성질이 있지요. 나뭇잎들은 불과 몇 달 살다가 떨어져 버리지지요. 새싹들은 불과 몇 주밖에 살 수 없어요. 몸통보다는 나뭇잎들 사이에 악이 더 많은 거에요. 나무는 하나에요. 하지만 확장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되어 가고 늘어나면서 허약해지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거예요.」
「그렇지만 나뭇잎들은 아름답소. 당신 역시 나무의 그늘을 즐기고 있고……」
「당신도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바우돌리노? 이런 나뭇잎들이 없다면 우리는 앉아서 하느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을 거예요. 이 숲이 없었다면 우리는 만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 숲은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악일 수도 있어요.」
그녀는 분명한 진실을 말하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바우돌리노는 다시 한번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보여줄 수도 없었고 보여 주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 설명을 좀 해줘요, 인간들이 유일자의 병든 모습이라면, 어떤 기준에서만 보더라도, 어떻게 착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수 있는 거요?」
「당신도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바우돌리노? 당신은 어떤 기준이라고 말했어요. 실수를 하긴 했지만 유일자의 일부분은 생각하는 창조물인 우리들 각자에게, 그리고 다른 창조물들, 그러니까 동물들에서 시작해서 죽은 육체에까지 다 남아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는 신들이 살고 있어요. 식물들, 씨앗들, 꽃들, 뿌리들, 샘물들 모두 말이에요. 그들 각자는 비록 하느님의 생각으 제대로 모방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을 받기는 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 하느님과 다시 결합하기를 바랄 거예요. 우리는 대립들 사이의 조화를 다시 찾아야만 해요. 신들을 도와 주어야만 해요. 이 불꽃들에, 우리의 영혼 속에 그리고 사물들 자체에 아직도 묻혀 있는 유일자에 대한 이 기억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어야만 해요.」
(BOUDOL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