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마도카에 대한 것,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았어―

2021. 6. 5. 20:05:: Library/번역

 

 

 

 

 

 

 

 

 

 

 

 

 

 

 

 

 

 

 

 

 

 

 

 

 

 

 

 

 

 

 

 

 

 

 

 

 

 

 

 

 

 

 

 

 

 

 

 

 

 

GW 초동인제에서 나온 서클 ED의 마도카 책. 

 

제목은 아이돌 같은 거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어- 라는 마도카의 인상적인 대사의 패러디. 마도카도 그렇고 작가분도 그렇고 언제나 그렇듯이 반어법(?)이 심하구만.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다들 자신이 누군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증명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삶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남을 의식하면 초라해지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살아갈 의미가 없어지는 세상이라서, 가끔은 그렇게 아무 근거도 조건도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어지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한답니다, 라는 것을 증명해내는 부조들을 보면 이런 걸 만들어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신이다, 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데. 그러면 나같은 재능없는 사람도 그 앞에서 무릎꿇는 것으로 조금은 은총을 나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드니까. 

 

저쪽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못해도 500년에서 2000년쯤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은 어째선지 대부분 신은커녕 자기 작품에 자신이 없으신 것 같지만.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래서일까. 받는 사람이 기뻐할 거라고 조금도 의심치 않고 들어올렸던 사랑을, 내려놓을 곳을 잃어버리게 되는 건 정말로 슬픈 일이다. 정말로.

 

그래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증명할 방법이 남아 있답니다. 

stat mensis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