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6. 18:06ㆍ:: Library/기타
「고백한다. 나는 너를 죽였다」
──영화 「아마데우스」
(1)
저에게 여동생이 생긴 것은 아홉 살이 되던 해 가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18년 전 9월 22일 밤, 울리기 시작한 휴대전화 착신음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식탁에서 아버지와 서로 마주보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출산일을 맞이하고 있던 어머니는 출산을 위해 아오모리에/ 귀향해 계셔서, 최근 한달간은 이런 식으로 아버지와 둘이서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였기 때문에, 그 동안에도 당직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때는 저는 집에서 혼자였습니다. 건네받은 천엔권 지폐를 지갑에 넣고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사 먹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저는 나이답게 외롭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식탁에서 저는 학교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산수 시간에 선생님이 물어본 문제를 전부 맞춘 것. 미술 시간에 그리고 있던 그림을 칭찬받아서 콩쿠르에 내 보지 않겠냐고 들었던 것. 그런 성공담을 열심히 떠들고 있었습니다 (친구와의 만담 등은 화제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그렇게 열심이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반응이 둔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여기에 없는 듯한 분위기로 제 이야기도 듣는둥 마는둥 선대답밖에 돌려주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필사적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학교에서 우수한지, 얼마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그것을 제대로 알아주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 사람 몫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집을 비워도 문제는 없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때, 제 목소리를 막는 것처럼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버지의 전화는 병원으로부터 온 것이 많고, 그럴 경우 그 화제는 환자의 용태에 관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일인만큼 그 전화는 어떤 것보다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손에 들면 조용히 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몸에 붙인 습관이었습니다.
아주 조용해진 방에서 아버지가 수신 버튼을 누를 때까지의 짧은 시간, 아무 꾸밈도 없는 전자음은 불길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평상시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아버지의 소리도 미묘하게 다른 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저는 가만히 응시하며 그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버지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엄격한 얼굴이 아니라, 걱정과 흥분이 반반씩 서로 섞인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해산기가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아오모리에 갔다 온다. 아마 내일 밤에는 돌아오겠지만, 배가 고프면 이것으로 뭐든지 사먹고 있어라. 그리고 지갑에서 간단히 만엔권 지폐를 뽑아 그것을 테이블 위에 놓고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저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웃었습니다. 응, 알았어.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머니한테 가 줘. 아버지는 안심한 모습으로 제 머리를 탁 두드리고는 바쁘게 집을 나갔습니다.
혼자가 된 저녁식사를 끝내고 접시를 씻고, 목욕을 하고 이를 닦고, 반침에서 이불을 꺼내 깔았습니다. 불을 끄고 이불을 덮었습니다. 집안은 매우 조용하고 소리 하나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아버지의 말을 반추했습니다. 나에게 남매가 생긴다. 사전 검사로 여자아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여동생입니다. 가족이 늘어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상상했습니다.
그날 밤은 당분간 잘 수 없었습니다. 불안이나 동요와 비슷한 감정에 더해, 그 뒤편에는 두근두근하는 고양감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그 복잡한 표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여동생과 대면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 후였습니다. 주말이 되었으므로 아버지와 함께 아오모리에 가, 어머니가 체재하고 있던 조부모님의 집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게 되었습니다. 이미 사진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딱히 대단한 기대는 없었습니다만, 첫눈에 놀랐습니다. 갓난아기는 매우 작았습니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하고말고 하지 않아도 갓난아기라는 것 그 자체가 매우 작은 생물이라는 것을 저는 배웠습니다. 갓난아기는 어머니의 팔베개에 푹 파묻혀 있었습니다. 마치 그렇고 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동생의 이름은 「키리코」로 정해졌습니다. 우리는 「유코쿠」라고 하는 드문 성씨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것과 잘 맞는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코쿠 키리코」. 마치 판타지 소설 속에서 나온 것 같은 울림은 저를 조금 걱정하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실체를 나타낸다고 하므로, 대개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등장 인물처럼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당분간 아오모리에 머무르며 육아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쿄의 거주지는 대학병원의 기숙사였기 때문에, 외진 시골에 세워진 친가의 단독주택 쪽이 형편이 좋았습니다. 나중이 되어 생각하면, 저를 도쿄에서 길렀던 것을 반성하며 내린 결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아오모리에 있는 동안, 저는 몇번이나 얼굴을 보이러 갔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육아로 피곤해서 너를 만날 수 있을 때마다 기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의욕에 넘쳐, 학교나 학원에서의 성공담을 준비해 아오모리로 향했습니다. 어머니를 만나면 그것을 열심히 이야기했습니다. 반드시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제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미소를 띄우면서 몇 번이나 그래, 그래, 하고 수긍해 주었습니다. 여동생이 갑자기 울기 시작해서 이야기가 끊겨 버리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만, 그럴 때는 점잖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미안해, 라고 하는 어머니에게 저는 고개를 저어 보였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사물의 우선순위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의사고 어머니는 간호사라고 하는 집에서, 부모님의 일은 아이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때가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당직이나 출장으로 부모님 없이 혼자서 집을 보는 밤이 있어도, 휴일에 갑작스러운 호출이 걸릴 때가 있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불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마음으로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부모님을 자랑스럽다고조차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맡아 돌보는 고귀한 일. 어떤 때라도 환자에 힘쓰는 그 자세를 저는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 이야기보다 여동생을 돌보는 것이 우선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병원에서의 일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토라져서 어머니를 곤란하게 해도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 우선순위를 따르는 것도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도쿄에 돌아온 것은 출산으로부터 일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여동생은 저와 달리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라, 그 무렵에는 밤에 우는 일도 없어져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일에 복귀하셔서, 여동생은 낮 동안 보모에게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가족은 한 명이 늘어난 것을 빼면 다시 예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의 저의 여동생에 대한 태도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꽤 희박했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우선 학교가 있었고, 더하여 주 4일은 학원에 다녔습니다. 학원이 없는 날에도 부모가 여동생을 동반해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혼자였고, 숙제나 모의고사를 대비한 공부에 쫓기고 있었던 것도 있어서 상관하고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애당초 갓난아기인 여동생에게 어떻게 접해야 좋은지도 잘 몰랐습니다. 여동생은 너무나 작고, 그리고 허약한 존재였습니다. 크고 둥그스름한 머리와 짧은 손발은 무언가 인간이라가보다는 다른 생물처럼 보였을 정도라 불필요한 일을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겨 버리면 부모님은 슬퍼하시고, 화를 낼 테고, 저를 꾸짖으시겠죠. 서투른 흉내는 내지 않고 여동생과의 만남은 부모님에게 맡겨 두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그 성과로 기쁘게 해 드리면 좋을 것이라고.
제가 학원에 다니고 있던 것은 저 자신의 희망이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는 장래에 의사가 된다고 하는 목표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같은 길을 뜻하는 것으로 존경의 마음이 전해질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은 것인지 아버지에게 묻자, 그는 스스로의 체험을 말해 주었습니다. 수험을 거쳐서 편차치 높은 의학부에 들어가, 거기서도 대단히 공부를 해서 간신히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것을 들은 저는 우선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생각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지망교에 합격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사립대 부속의 중학교로, 중고 일관이기 때문에 고교, 대학까지 순조롭게 내부 진학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아버지의 모교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교복에 소매를 넣을 수 있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거울 앞에서 시착하면서 그 기분을 전하기도 했었습니다. 초등학교의 친구와는 헤어져 버리게 되었습니다만, 그 외로움 이상의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그때의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중학교에서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초등학교에서의 제가 어떠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저는 독선적인 인간이었습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곤란하게 하지 않는 것을 제일로 생각하며 살아온 저는 학교에서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즉 교사에게 있어서 적당한 우등생이었다는 뜻입니다. 수업 중에는 자주 손을 들고 반에서는 리더로서 모두를 정리하고 이끌고, 행사에서의 실행위원에도 스스로 입후보하며― 6년간 쭉 그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실현시키며, 그러는 스스로가 올바른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올바름을 타인에게도 강요했습니다. 그 때문에 동급생과 대립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불량아라고 하는 무리에게 침을 맞거나 괴롭힘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자신이 걷는 길이 정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이러한 생각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이 학교는 저레벨이니까 아무래도 머리가 나쁜 인간이 있고, 그런 놈들로서는 제 올바름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적으로, 수험을 이겨낸 고등한 인간이 모이는 명문교에야말로 제 올바름을 이해해 주는 같은 부류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결론지었던 것입니다.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기대는 시원스럽게 박살났습니다.
우선 처음의 반 나누기 시점에서부터 저는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주위에서 학생들이 사이좋게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초등학교가 같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사립학교에 다녔고, 그랬던 인간은 대부분 명문 중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니까 입학 첫날이라는 단계에서부터 아는 사이끼리의 그룹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 고리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무리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에서는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보다 높은 레벨의 환경에서 그룹을 짜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닫고 그 상황에 두려움조차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학교생활을 보내면서 그들 또한 제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던 부류의 인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품위없는 큰 소리로 재미도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수업 중에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거나 교사나 동급생의 욕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인간들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초등학생 시절 저와 대립하고 있던 인간들과 완전히 같았습니다. 결정타는 미술 수업, 거의 잡담시간화 된 작업시간 중에 클래스메이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급생 남자아이가 교실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서 다같이 멈추게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에 전율한 이유는, 그가 당연한 것처럼 그 남자에게 하고 있던 학대행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학대하고 자살까지 몰아넣은 남자를 그 직전에 구했다는 이야기를 그는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그룹에서 작업하고 있던 나머지 두 사람의 클래스메이트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들으면서, 가끔 웃음소리를 올리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마음 속에 그리고 있던 올바름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모멸해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말참견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클래스 내에서 착실히 서열이 만들어져 있어서, 저는 그 최하층에 위치하는 존재라고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학생 사이의 인기로도 학업으로도 스포츠로도, 교사로부터의 호감도로도 저보다 아득히 위의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을 권력 앞에서 굽혀버리는 것으로 저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에 맹신하고 있던 올바름이 자신의 권력에 의해 보장받고 있던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스스로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입학한 지 일 년도 지나기 전에 저는 의욕을 다해, 자기 자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곧바로 썩지는 않았습니다. 수업이나 과제도 성실하게 임해, 1년차에 행해진 네 번의 시험에서도 항상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보람이 있어 매번 이백 명 중 오십 등 정도의 성적을 안정되게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마음 속에서 경멸하고 있던 인간은 그 이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더하여 그는 반의 중심 인물이며, 그 안에서도 올바른 인물이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반의 분위기에 저는 익숙해지지 못하고, 어느덧 왕따나 그에 준하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2년차부터 저는 서서히 성적을 떨어지다가 3년차 마지막에는 하위 10퍼센트에 포함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제 꿈이라거나 목표라거나 한 것은 이 때 사실상 깨졌습니다. 이렇게도 시원스럽게 마음이 접혀버렸을 만큼, 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도 그 정도였다고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애당초 그 존경심도 순수한 것이 아니라 제 독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겠지요. 저는 경박한 타산을 품고 주제에 맞지 않는 길로 나아가다, 싱겁게 거기에서 떨어져 타락 일로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어리석음을 드러내며, 저는 다른 길도 없이 자기혐오에 빠졌습니다.
한편 여동생에 대해 말하자면, 매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약한 생물인 갓난아기 시절부터 쑥쑥 자라,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나이대의 아이는 누구든지 예쁜 것입니다만, 그중에서도 여동생은 우수했습니다. 더러움이 없는 피부는 마치 백도의 과육과도 같이 투명하고, 둥글고 큰 눈동자는 자수정처럼 조용한 빛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트윈테일로 하고 있던 회색 장발은 멀리서 보면 펠트같이 부드러운 인상을 받습니다만, 사실은 가까이서 관찰하면 너무나 섬세한 비단실 다발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풍취가 아름다웠습니다. 이것은 당시만이 아닌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그녀의 특징입니다만, 그녀는 마치 환상 세계의 거주자 같았습니다. 그녀 주위만 빛의 굴절률이 바뀌고, 그 속에서는 용이 포효하고 기린이 하늘을 달리고 붕새가 날갯짓하며 대지를 박차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그 모든 것을 말입니다. 그녀가 「코데마리씨」 라거나 「은방울꽃씨」 라고 부르는 식물에는 정령이 깃들어, 그 조그만 날개로 허공을 춤추고 있었습니다. 「유코쿠 키리코」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대로의 인간으로 그녀는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여동생을 부모님은 몹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 때와 마찬가지로 일로 바빴습니다만, 그만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식탁에서는 아버지가 여동생에게 말을 건네고(그것은 정확히 저 때와는 정반대의 구도였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얼굴을 펴기 시작하곤 했습니다. 어머니도 또한 차분히 미소짓고 있어, 거기에는 이상적인 가족의 단란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와 부모님 세 명으로선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키리코라고 하는 마지막 조각이 들어와, 간신히 이 집은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마침 그 무렵 중학교에서 의욕을 잃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녹아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일은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단순한 반항기의 태도라고 보였겠지요. 이미 부모님의 관심은 여동생에게 크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제게 무언가 말한다고 한다면 악화되고 있던 성적에 대한 주의 정도였습니다.
점차 저는 식탁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동생이 부르러 와도 다음에 먹는다고 하며 되돌려 보냈고, 부모님도 무리하게 저를 끌어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침대에 뒹굴면서,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저는 멍하니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제가 여동생을 미워하고 있었다고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제 안에 그러한 감정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훨씬 더 넘어, 저 또한 깊이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실의 인간을 허락하지 않는 이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타인을 누그러지게 만드는 상냥한 기분으로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깨닫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녀는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았습니다. 꽃이나 새나 별이 몇 세대에 걸쳐 사람을 끌어당기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여동생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매료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매료된 사람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끌려들어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악의를 품으려고 해도 보다 강한 힘에 문질러 지워져 버립니다. 마음 속으로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해도, 이렇게나 아름답고 상냥한 여동생에게 그런 생각을 하다니 하고 결국은 자신의 마음 속으로 되돌아오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번만은, 여동생에 대해서 매정하게 대해 버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그날은 체육 수업이 있어, 얼마 후 있을 체육제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중 하나에 지네 경주가 있었습니다만, 제가 있던 조는 저 이외의 세 명이 전부 운동부의 사람이었습니다. 운동이 자신이 있지 않던 나는 그들의 페이스에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몇 걸음 가다가 멈추다가 넘어지다가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멤버였다면 기록을 노릴 수 있는 멤버였으니 짐이 되어 버렸겠지요. 수업이 끝나자 셋은 정리를 저에게 맡기고 자취을 감춰 버렸습니다. 저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경기용 도구를 안고 창고로 향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등에 무언가가 부딪혔습니다. 생각도 못했던데다 상당한 기세로 밀렸으므로 저는 화려하게 넘어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체육복 모습의 등이 보였습니다. 조의 멤버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는 제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경쾌한 스텝으로 떠나,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있던 나머지 둘에게로 합류했습니다. 두 사람은 제 쪽을 불쌍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만, 세 명이 모이자 즐겁게 떠들면서 운동장을 떠났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저는 곧바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울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거의 울 뻔 했습니다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런 추태를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죽어도 싫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울어버리는 스스로가 이상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불합리한 학대행위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단순히, 자신을 닦는 능력이 없는 인간이 상응하는 벌을 받고 있는 것뿐이었습니다. 구두에 압정을 숨겨놓거나 때리고 차는 폭력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침 섞인 우유를 먹이는 것도 불쾌한 해충을 먹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곧바로 말대답을 했을 것이고, 애당초 이런 괴롭힘은 받지 않습니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괴롭힘을 받는 저는, 그들에게 있어 그에 알맞은 아무래도 좋은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분함은 결국 자업자득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저 자신도 통감하고 있었으므로 입술을 깨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이 분함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저는 보다 슬퍼졌고, 그렇게 생각하자 마치 독을 빨아들인 나무가 이를 모든 나뭇잎까지 두루 퍼뜨려 버리듯, 스스로라고 하는 존재의 하나부터 열까지 비참하게 생각되어졌습니다.
침대에서 슬픔에 파묻혀 있자니 현관 쪽에서 문소리가 났습니다. 이 시간에 돌아오는 것은 여동생밖에 없습니다. 지금 소리는 예상대로 그녀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방을 같이 썼기 때문에 우선은 짐을 놓으러 여기에 오겠지요. 나는 우는 얼굴을 보이지 않게 문쪽에 등을 돌리고 오열이 들리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습니다. 아무 주저도 없이 평소대로의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에 한 걸음 발을 디딘 시점에서 그녀의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머뭇머뭇 주저하는 듯한 발소리가 되어 란도셀을 조용하게 책상에 두고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등에 시선이 박히고 있었습니다. 내가 누워있는 것은 2층 침대의 위층으로, 여동생의 키와 위치를 생각하면 제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저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방에 충만해 있던 슬픔의 냄새랄까, 그러한 것을 예민하게 감지했던 것이겠지요.
잠시 후 여동생은 침대에 다가왔습니다. 사다리가 가볍게 삐걱거리고, 시선이 직접 박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불을 쓴 채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나운 짐승을 앞에 두고 죽은 척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 스스로가 너무 어처구니없어 콧날을 넘어 눈물이 떨어져 갔습니다.
「오빠」 여동생의 목소리였습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걱정하고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짓말도 조롱도 없었습니다. 계산도 체면도 없었습니다. 그 감정은 너무 순수하고 투명했습니다. 흠칫 하고 등이 저절로 떨렸습니다. 오열이 억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깨가 떨렸습니다.
나의 오기는 아홉 살이나 아래인 여동생에게― 약관 일곱 살의 소녀에게 간파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의 이제까지의 인생을 폭로당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투명한 시선 앞에는 제 거짓말이나 체면 따위는 어떤 의미도 없었습니다. 저의 우스꽝스러움도 비참함도 어리석음도, 모두가 백일하에 비추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둬 달라고 저는 마음속으로부터 그렇게 바랐습니다. 그만 나를 보지 말아줘, 나를 걱정하지 말아줘, 나 따위를 상냥하게 대하지 말아줘. 그러나 여동생은 잔혹하기까지 한 무구함으로 저를 염려했습니다. 「어딘가 아프거나―」 저는 그것을 차단하는 것처럼 외쳤습니다. 시끄러워, 라고.
여동생이 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경직이 공기에 전파되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무서워하는 것을 피부로 감지하고, 저지른 죄의 깊이에 떨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모든 사고가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몇 초였을지도 모르고, 혹은 1분 이상 지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동생이 호흡을 재개했던 것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것은 기가 막혀서 내쉰 한숨이나 한숨 돌리며 내쉰 숨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마치 스스로라고 하는 존재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쉰 듯한, 혼란에 흐트러진 한숨이었습니다. 끊어진 지체를 모아 다시 원래대로 고치려고 하는 듯한 호흡이었습니다.
그렇게 허약한 숨을 한동안 계속해서 제 배후에서 간신히 여동생의 상이 복원되자, 그녀는 사다리를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약간 무언가 말하려고 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만,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바닥에 내려온 그녀는 발소리를 죽이며 문까지 가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방에 남겨진 나는, 학교에서 기억한 분함보다 더 큰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동생이 바뀌어 간 것은 이때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친절한 것은 예전대로였지만, 그 천성의 기질에 대해 자신이 없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의 친절이 타인에게 있어 공연한 참견이 되지 않을지, 더하여 폐가 되지는 않을지 하는 불안에 항상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동생은 남의 안색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마이 페이스인 곳이 있었습니다만, 그러한 면을 남 앞에서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깊이 생각하느라 언뜻 보기에는 자기주장이 부족한 겁이 많은 아이라는 인상조차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옛날의 저와 닮아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제일로 생각하며 그들이 바라는 자신으로 있으려고 하던 무렵의 저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그녀의 경우는 정말로 타인을 위해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을 제일로 생각하는 척 했지만 결국 그것은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하는 이기주의의 산물이었습니다. 제 행동은 단순한 기만이나 위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여동생은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을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을 바꾸어 버린 것은 그 사건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가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고 화내며 소리쳐 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새겨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그저 사소한 얼룩에 지나지 않았겠지요. 저 한명에게 한 번 냉대받았다고 해도, 그것을 덧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인간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녀의 순수함은, 그렇게 사소한 일조차 자신의 본연의 자세를 바꾸어 버리는 요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내가 바꾸어 버렸습니다. 나의 악의가 그녀의 가슴에 확실한 얼룩을 넣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예감하고 있던 대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천사가, 신에게 사랑받은 아이가, 나라고 하는 시시한 존재의 시시한 자존심 때문에 그 한쪽 날개를 비틀린 것입니다.
저는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했습니다. 후회했습니다. 그녀에게 사과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매일 밤 매일 밤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려고 했습니다. 며칠이나 생각하고 몇번이나 생각했던 사죄의 말을 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제 입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침대에 있는 여동생에게 마음을 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뱃속 깊은 곳에 악의가 싹텄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이 때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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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브 아브조돌바 님 키리코 SS. 본편은 이쪽. 암호는 안티카 나이 합.
R18이고 매우 보기 좋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원작과 동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있는 분만 열람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