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주라이트의 눈동자 (카에데)

2017. 5. 23. 19:05:: Library/번역
























































서클 할로 경보의 10년 전 단역 캐릭터 시점 타카가키 카에데 책. 

내가 굳이 스캔해서 보존하는 책들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하나는 보편적으로 너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도 봐 줬으면 좋겠는 책이고, 하나는 개인적인 취향에 직격인 책이라 남의 평가야 어쨌건 속속들이 핥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책이다. 번역이라는 작업은 핥는 데 꽤 도움이 되거든.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이 살짝 어둡고 위험한 희열이 보편적인 감성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나로서는 진심으로 오싹오싹 저려 왔다. 미래일기 유노의 황홀의 얀데레 포즈만큼이나. 좋아하는 만화나 노래, 가수 등에 대해서 '나는 뜨기 전부터 팬이었어' 하는 묘한 자부심 같은 건 한번쯤 가져본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 아닐까. 


덤으로, 두 번째 읽을 때부터 느껴졌던 기시감의 정체를 추적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의 우자와 미후유였다. 단역 캐릭터지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잊지 않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인물이다. 미후유가 사치코님을 바라보는 시선, 이 책의 사츠키카 카에데를 바라보는 시선과 닮았다. 물론 사치코님은 처음부터 완벽한 절벽 위의 꽃이었고, 이 책의 카에데는 다듬기 전의 원석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사치코와 카에데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을 꿰뚫어보는, 동경을 품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냉정한 시선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얀데레틱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정말로 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의 취향에만 맞는 책이 되어 버렸겠지. 이 결말도 충분히 마음에 든다.


중간에 나오는 카에데의 기념비적인 다쟈레는 사실은 좀더 고차원적인 건데, 도저히 살릴 수가 없어서 대충 해버렸다. 카에데 다쟈레가 다 그렇지 뭐...

종이를 마분지스러운 뻣뻣하고 질긴 갈색지를 쓰셨다. 스캔본으로는 색은 복원해도 질감은 도저히 살릴 수 없다. 모니터로가 아니라 직접 책을 손에 들고 본다면 눈에 들어오는 미려한 그림과,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뻑뻑한 질감의 삼위일체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줄 거라고 확신한다. 기회가 있으면 꼭 사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