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cca

2021. 2. 2. 00:37:: Library/번역

 

 

 

 

 

 

 

 

 

 

 

 

 

 

 

 

 

 

 

 

 

 

 

 

 

 

 

 

 

 

 

 

 

 

 

 

 

 

 

 

 

 

 

 

 

 

 

 

 

 

가희정원 19에서 나온 서클 츠키노우라가와의 카나후미 책. 스캔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표지의 문양과 글자는 모두 금박. 데레스테의 [밤을 벗고서, 첫 소절] 카드가 너무 하야미 카나데고 너무 카나후미여서 폭주했던 기억이 난다. 모바마스 [밤빛의 신부] 카드와 같은 시간축에 놓고 비교하면 더더욱.

 

그 책과 더불어 영원히 손대지 않으려고 했던 책이지만, 여러 가지 있어서 끄적끄적. 조악한 스캔과 어설픈 번역으로는 이 두 사람의 심상을, 로미 님의 그림의 아름다움을 천 분의 일도 살리지 못한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바이므로, 여유가 있다면 꼭 사서 보시길 권한다. 

 

아래는 당시에 회장 한정으로 배포했던 청첩장.

 

 

 

 

 

 

 

 

 

나는 침잠沈潛하는 인간이다. 별로 자기평가가 분명한 타입은 아니지만 아마 어느 정도는 정확할 것이다. 의식적으로 숨겨야 할 정도의 감정 결핍과, 드러낸 기쁨 속에서도 한편으로 깊숙히 바닥으로 가라앉아가는 내면과, 맥동하며 뿜어져나오는 피 아래에서 그건 생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이 흐르는 혈류가 내가 첫 번째로 인식하는 스스로의 정체성일 것이다.

그 근저에 있는 것이 염세주의라는 것은 굳이 밝힐 필요도 없겠지만, 이 염세의 토대가 세상에 대한 경멸이라기보다 자신에 대한 경멸이라는 것도 숨길 필요는 없겠다. 내가 겨누는 화살의 첫 번째 대상은, 가장 미워하고 부정하는 사람도 그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게 가라앉고 가라앉아서, 사랑한 만큼 증오하고 환멸해서, 그것들을 모두 자기 자신으로 돌려서 한 점으로 응축해서,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순간에 나 자신을 마주볼 수밖에 없게 되는 순간에는.

 

그때에는 나도 다시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따라서 이 책을 다시 잡으면서 얼마의 분노와 얼마의 실망과 얼마의 후회와 얼마의 찬탄이 있었는지는 나만의 것으로 남겨 둔다.